마음 속 서랍
- 큰일 났어~큰일 났어...
- 호들갑 떨지말고, 도마 위에 큰일을 놓고, 탁탁 도막을 내어서 작은일 여러개로 만들어. 작은일은 처리할 수 있지?
예전에 많이 하던 우리들의 이야기다.
내 사회초년시절에 내게 큰 영향을 주셨던 인생의 스승님 한분..
그 분은 내게 서랍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아무리 복잡한 일이 있더라도
서랍만 잘 정리하면 힘들거 하나도 없노라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여러개의 서랍을 열지 말고
딱 하나만 열고, 그 서랍을 집어 넣은 다음에 다른 서랍을 열라고.....
웃었는데...그냥 다 그렇게 하는거 아닌가~하고 웃었는데
살면서, 그거보다 더 중요한게 또 있나 싶을 정도로 맘속 서랍정리가 우선임을 알았다.
하루에도 참 여러가지 일을 하고 산다.
그럼에도 혼동되지 않고, 전념할 수 있는건
다른 서랍은 다 닫아놓고 오로지 하나의 서랍만 열어놓고 있기 때문.....
머리가 터져버릴듯 힘든일을 옆에 두고도
우왕좌왕하지 않아도 되는것은
그걸 까마득히 잊고 다른일을 할 수 있는것은
잠시 서랍에 넣고 닫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 날 보고 무섭다라고도 하고, 일 중독자라고 하기도 하고, 냉혈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희안한것은
어려운 일도 맘속 서랍에 잠시만 갖혔다가 나오면
그 크기가 많이 줄어져 있다는 것이다.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인데, 그 고통의 크기, 그 아픔의 크기가 스스로 작아지고 있었더랬다.
어떤 문제는 저절로 풀려서 나오기도 하고,
어떤 문제는 답을 껴안고 나오기도 했다.
마음속 서랍수도 점점 줄고.....
서랍속 채워진 내용물도 점점 줄고.....
산에 가고픈데, 비가 오락가락...
컴옆에 있는 작은 서랍장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