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그린....

낡은 지붕 아래, 붉은 병꽃

사비성 미공방 2008. 5. 23. 00:26

 

 

 

 

지금 부모님이 계시는 집은

내가 국민핵교 5학년때....우리 형제들끼리 살도록 아버지가 지어 주신 집이다.

 

워낙 내성적인 나는....아버지 전근지 따라서 전학다니기가 무척 힘겨웠다.

친구 겨우 사귈만하면 전학가고, 또 전학가고...

부모님과 떨어져 언니 오빠랑 사는 것이, 이사 다니는 것보다 훨 좋았었다.

 

오셨다 가시는 뒷모습에 엉엉 울음보를 터뜨려서는,  엄마 맘을 찢어 놓으면서도 말이다.

그것도 대여섯번 울다가 시들시들...익숙해져 버렸던 것 같다.

 

집을 짓겠다고 땅에 줄을 그어 놓았는데....

여기가 안방, 여기가 건넌방, 여기가 부엌....설명하시는 아버지께...

여기 누우면 제 머리랑 발끝이 닿을거 같은데요? 했었다. ㅎ ㅎ

그렇게 작아 보일 수가 없었기에....

 

지어놓고 보니 번듯한 집이 되는걸....

땅바닥만 보았을땐 왜그리 작게 보이던지... 답답하기만 했었다.

 

중, 고등학교 보내고 서울로 올라오면서...어느새 고향집이 되고 만.....

이젠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이다.

 

집을 짓고 몇년 동안 일대에선 최신식인 집이었고...제일 쌤삥이었는데,

지금은 동네에서 아마도 가장 낡은집 축에 속하지 싶다.

 

사진 찍을땐 몰랐는데,

회벽칠이 다 떨어져서 흙이 보이는 처마가 추억처럼 찍혔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봄이면 그 자리에서 흐드러지게 붉은 꽃을 피워내고 있는 병꽃.

노란 매화랑 어울려 봄의 노래를 한껏 불러주는 뒷곁의 풍경이

아스라히, 어려서의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