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성 미공방 2009. 2. 19. 17:42

 

 

며칠전 캔버스 몇개 만드느라 쌓인 짐 이리저리 옮기다 보니

그 속에서 기타가 나온다.

도대체 언제 산건지...어디서 어떻게 사가지고 온건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오래전부터 방한켠 차지하고는....

버려지지도 못하고 쓰여지지도 못하던 녀석..

 

 

커버에는 먼지가 묻어있지만 꺼내어 보니

기타줄은 녹이 슬었지만, 겉모양은 아직 말짱하다.

두어번 징징 거리다 도로 들여놔 버렸는데...

 

오늘 책상 서랍 뒤지다가 어느 박스안에서 기타줄 여섯개가 나왔다.

이것도 심히 오래 되었건만, 봉투속에 고이 간직 되어서인지 쌤삥이다.

키키키....한번 갈아줘볼까?

 

기타줄 여섯개 갈아주고

옛기억 더듬어 튜닝해보고 혼자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어제, 오늘 낮게 드리운 하늘때문인지

혈압으로 된통 또 한바탕 앓았다.

식은땀 범벅이 되니 온몸에 오한이 나고

덮어도 덮어도 얼어죽을것 같이 추운 시간들....

 

이틀동안 기진맥진한 상태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가

기타 하나로 몇시간이 즐겁다.

 

진작 좀 열심히 배워놓을껄...

오라버니가 가르쳐주는 스파르타 방식이 너무 싫어서 그만뒀더니만...ㅎ ㅎ

 

큰오빠는 만능스포츠맨이었다.

혼자서 책보고 배우는 스타일이었는데, 실력이 꽤 되었다.

이소룡 책도 많았고, 태권도에 복싱에, 축구선수....기타도 혼자서 배웠고..

그 덕에 군대에선 태권도 교관이었대나...특별 휴가도 나왔었다.

뭐, 그래서인지 오라버니한테 뭘 배우자고 하면 무지하게 각오를 해야만 했다.

 

대학 다닐때 남자 친구들과 탁구를 치면 마치 남자랑 상대하는것 같다고 깜짝 놀래곤 했었다.

오라버니랑 친 파워가 웬만했어야지...ㅎ ㅎ

 

기타줄 몇개로 옛추억에 한참 잠겨서 기분이 다 좋아진다.

이참에 기타나 좀 배워볼까나? ㅎ ㅎ

손과 맘이 굳어서리....

또 저리 뒹굴거리다 한 귀퉁이 차지하고 서 있겠지...

 

꿈같던 중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서 빙그레 웃어지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