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생각들

이름 석자

사비성 미공방 2010. 3. 16. 06:02

 

지난주 많이 편찮으신 막내이모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말 그대로 억척스럽게 살아오신 분이셨는데

그래서 세상의 병이란 병은 근처도 못오게 하고 살아오신 삶이셨는데

몇 차례의 입원과 수술과 병마와의 싸움으로

가장 여리고, 가장 야위고 또 제가 본 모습중엔 가장 고운 모습을 보여주시네요.

 

그리고 자랑하십니다.

"나 공부했다..."

네모칸이 그어진 초등학교 국어공책을 보여주십니다.

순 * 희.....라고 한페이지 가득 써놓으신 당신의 이름...

 

그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운 당신의 이름 석자이십니다.

한글을 몰라 모든걸 외우고 사셨나봅니다.

복지관도 많고, 그리 배우라 해도 마다 하시더니만

병상에 누우시니 이름 석자는 알고 싶으셨나봅니다.

 

안보고도 쓸 수 있게 된 당신의 이름 뒷페이지에

아들과 딸 이름을 써 드리고 돌아서 나오는데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집니다.

 

배우고 싶은 때가 지금이셨구나....

 

누구나 각자의 때가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강요해서 배워지는것도 아니고, 누가 등 떠민다고 해서 행복해지는것도 아니고....

 

당신의 이름 석자 쓰시고는 수줍어하시는 모습을 뵙고

진작 가르쳐 드리지 못함의 반성보다

지금이라서 더더욱 큰 기쁨은 아니었을까 라고도 생각해 보았네요.

 

하고 싶을때 하는거....그게 행복인듯 싶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