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타고 춘천을 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없을만큼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어쩜 그렇게 바쁜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산지가 어느새 1년하고도 6개월이 다 되어가나보다.
너무 빡빡하게 살고 있는건 아닐까....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걸 보니
이젠 좀 여유가 그리운 모양이다.
짬만 나면 여행을 함께 떠나던 현정언니와 급히 약속을 정하고는 퇴근후 전철역에서 만난다.
춘천 가는 전철....
왕십리에서 춘천행을 찾으니 없다.
용문행을 타고 가다가 상봉에서 춘천행으로 갈아탄다.
예전 같으면 시간표도 찍어놓고, 얼마나 걸리나도 체크하고
블로그를 염두에 두고 자료수집을 했을터인데...ㅎ ㅎ 이젠 맘이 식었나부다.
시계조차 보지를 않는다.
차창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만으로도 너무 가슴 벅차서
마냥 마음을 둥둥 띄워놓고
도착하자마자 밖으로 뛰어나가 마냥 걷는다.
얼마나 걸렸는지 시간이 몇시쯤인지도 잊고 지낸 하루
밀린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춘천역에서 공지천을 향해 그냥 본능처럼 걷고 있었다.
공지천변 공원에 토피어리랑 잘 조성된 식물원이 있고, 길가 하나 가득 튤립을 피워놓았다.
식물원에 들러 선인장이랑 분재들도 구경하고....
이디오피아참전기념관에 들러 향기로운 커피도 마시고...
해가 기우는 강가에 앉아 오리보트랑 낚시하는 사람들과 멀리 떠있는 배도 바라본다.
버석거릴것만 같은 대나무도 정겹고....
살빛 낯달이 슬퍼라...라던 노래를 흥얼거리게 하는 계수나무토끼달도 너무나 정겹다.
바로...내 맘이 편한거다.
오랜만에 보는 춘천MBC 방송국
그 언덕 벤취에 앉아 해가 넘어가는걸 본다.
해떨어지니 슬슬 추워지고 이젠 춘천 닭갈비 먹으러 가야지.....
잘하는 집을 못찾고는 그냥 그져그런집에 들어갔다.
대신 우리가 양념을 다시해서 맛있게 먹고야 말았으니, 뭐 이 정도면 가게 하나 내봐?? ㅎ ㅎ ㅎ
춘천역까지 또 걸어서....
살짝 어둡다. 혼자라면 무서웠을 길인데, 둘이니깐 안 무섭다.
마침 대기하고 있던 9시 20분 전철을 타고 서울로 고고~~
역시 시계를 안 봐서 몇시에 집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요즘 핸드폰이고 시계고 잘 안보는 것이 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