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악악대며 올라야 한다던 치악산
산을 그리 좋아하면서, 그것도 세번씩이나 가서도 겨우 산기슭에서 놀고 왔었다.
언제나 올라보나 했더니 올 크리스마스날 드디어....
원래는 지난번 의성의 금성산을 갔다가 바로 앞산 비봉산을 못 들렀기에
그곳이 목적이었는데
황금 연휴 3일의 끝날인지라 올라오는 길이 장난이 아니겠다 싶어
후다닥 코스를 바꾸어 치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새벽에 출발한지라 치악산 입구에 일찌감치도 도착했다.
곰은 안 춥다는데, 난 왜그리도 추운건지
옷을 있는대로 다 꺼내어 입고 마스크랑 모자까지 뒤집어 쓰고 눈만 빠꼼히 내놓았다.
어이없어 하는 곰....ㅡ.ㅡ
춥단말이얏~~!!!
평지에서 곰 무지하게 잘 걷는다.
나?, 다리 짧어....몸 안 풀려....평소에도 걸음늦어...
발아래 군데군데 미끄러운데 뚱뚱 뭉쳐진 옷들 때문에 내려다 보기도 힘든데다가
조금 걸으니 땀나...ㅠ.ㅠ
그 와중에 또 찍어야지...
돌아가지도 않는 목을 해 가지고는 사방팔방 구경해야지...
이번 치악산 곰돌이 사진에 곰돌이가 수퍼개미만하게 찍힌건
나를 떼어 놓고 혼자 가버린 곰돌이 탓이다.
입구에서부터 이곳까지가 3키로 고도는 겨우 100미터 올렸다.
고로 저 다리를 넘어서부터 곧바로 올리겠다는 산님의 말씀...
이곳에서 옷을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가벼웁게 산행 시작한다.
아싸~~~계단이다.
흐흐흐 곰돌이 죽었다...키득키득...
계단에 쥐약인 곰은 계단 밟기도 전에 입을 못 다문다.
호호호 웃음이 멈추질 않네...좋아서...하하
내가 생각해도 나 디게 못되따, 증말....
치악산이 아예 곰돌이한테 계단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돌계단, 쇠계단 나무계단 나무뿌리계단까지....
진작에 뜬 해지만, 그래도 일단은 일출 봐 주고..
햇살 아름다운 설산을오른다.
이 햇살에 고만 한달 하얘진 얼굴 단 하룻만에 새까맣게 되었다.
숏다리의 비애를 느끼게 했던 사다리병창...
병창이란 말은 영서지방의 방언으로 절벽, 벼랑 등을 뜻하는 말이랜다.
이곳 지형이 사다리처럼 점점 좁아지는 형세라서 이름 붙여진 모양이다.
눈이 와서 미끌미끌한데 길은 좁고
게다가 양쪽은 보이지도 않게 깊은 낭떠러지...
긴장 빡 하고 한걸음 한걸음 옮긴다.
룰루랄라...폭신폭신한 눈길을 아이젠 없이 올라가본다.
점점 많아지는 눈...
계단에 일찌감치 지친 곰,
나보고 중국가서 뭐 먹고 왔냐구...왜 체력이 남아 도냐구...난리다.
글쎄???? 나두 그게 요상하단 말이쥐~~
다른때 같으면 벌써 지쳤을터...어찌 이리 뒷동산 오르듯 몸이 가벼운거지?
아, 이런 예쁜 아가들... 그냥 스쳐 지나갈수가 없다.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매섭다.
체온 떨어지기전에 후다닥 옷부터 챙겨입고 증명사진 찰칵
치악산 정상 비로봉에는 세개의 돌무더기가 이렇게 쌓여져 있다.
멀리서도 보일정도로 크다.
아마도 이 비로봉 돌무더기때문인지
원주를 들어서면서 치악까지 가는 길가에 이러한 돌기둥을 많이 쌓아 놓은걸 볼수 있었다.
배가 고팠으나 정상은 바람이 너무 불고
조금 내려가 아늑한 곳에서 식사를 하자고 하산 시작
올라갈땐 계단을 이용했으니 내려올때 계곡길로 접어든다.
험할줄 알았더니 험하지 않다.
길 같지 않아 보이지만 분명 계곡 길이다.
눈이 푸짐하게 얹혀진 나무에 나도 얹혀서 기념사진도 찍고...
점심 식사를 하고 나니 힘이 불쑥 솟아나 힘차게 하산한다.
내리막엔 곰이 훨 강한데, 전화 받느라 내가 추월했다.
그래서 또 개미만한 몸매 촬영당함...ㅎ ㅎ
내리막 계단이 계곡까지 이어져 너무나도 예쁘게 보인다.
세렴 폭포 살짝 들러주시고...수량이 적어서일까, 폭포라고 하기엔...쫌...
올라갈때 가로 막아 놓았던 구룡사길이 뚫려있기에 그쪽으로 접어든다.
물이 얼었다 해야하나, 일부분이 풀렸다 해야하나...
어쨌든 얼음이 없는곳이 하트모양이다.
이곳을 지나는이들 모두모두 사랑들 합시다!
오래된 나무의 느낌이 너무 좋다.
한폭의 그림처럼 휘어져 있는 입구의 소나무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생각보다 안 막혔다.
점심 든든히 먹어 배도 안 고픈데 천서리 막국수에 편육, 도토리밥까지 먹고 올라왔다.
돼지되것다. 헥헥
씨잉 올라와서도 집이 가까우니 맘도 편하다.
올해 마지막 산행 멋지게 했고...
다음주엔 새해맞이 산행해야지...
2006.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