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퇴원시켜드리고 집에 오니 오후 세시가 넘었다.
병원에 오가며 짬짬히 시안보내고 교정보고 했던 일을 인쇄하라 보내고 나니
마구 쏟아져 오는 나른함....
지금 자면 꼭 며칠 못 일어날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작은 배낭에 물 한통 후딱 집어넣고, 사다놓은 약식 집어넣고 서둘러 나선다.
이미 오후 다섯시가 넘었으므로 아차산 전망대까지만 가서 간식이나 먹고 오려고...
첫번째 전망대 도착하니 해가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구름 모양으로 보니 일몰이 꽤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여기서 기다릴까, 조금만 더 갈까...
아차산에서 본 용마산 정상
용마산에 가서 일몰을 보고는 재빠르게 내려오자 하고는 발걸음을 서둘러 본다.
아마도 불암산, 수락산인듯 싶은데, 산꼭대기만 올라가면 다 그산이 그산인지라...
난 또 유난히 산길치이다.....
계속 비였다가 모처럼 맑은 하늘을 보여준다.
강남과 강북을 잇는 한강의 수많은 다리들...
야간산행을 주로해서 잘 못 보았던 북한산도 맑게 보이고....
그만, 넋을 빼놓고 일몰풍경에 빠져있다보니 어느새 어두워져 버린다. 이런~~~
서둘러 내려오는데, 서해안의 밀물처럼 어둠이 빠르게 발뒤꿈치를 쫓아온다.
길은 다 아는데, 그래서 두렵진 않은데,
야등하는 산꾼들이 올라오기에는 빠른 시간이고
낮에 올라왔던 사람들은 이미 다 내려가 버린 애매모호한 시간...
온세상이 참으로 조용하단 생각이 든다.
야간산행때 유난히 어두웠던 코스가 어디어디인지 아는지라, 살짝 걱정이 된다.
거기를 혼자 갈수 있을까?
그렇다고 지가 안가면 어쩔것여? ㅎ ㅎ
예상대로 많이 어둡다. 불빛 음따...ㅡ.ㅡ
바뜨, 생각보다 무서움은 덜 느껴지고,
친구가 말했었듯 혼자서 걷는 어두운 산길이 묘하게 자유롭기까지 하다.
두번째 전망대에 이르니 야간사진을 공부하러 나온 몇분이 촬영을 하고 있다.
시꺼먼 어둠속에서 까만 위아래 등산교복을 입은 여자가 것도 혼자서 불쑥 나오니
보는 사람들도 황당했겠다.
본의 아니게 혼자 야등을 한 셈이 되었다.
모처럼 땀이라도 조금 흘려주고, 살짝 당길정도로 빠른 걸음을 해주니
몸이 이제서야 살것 같다고 외치는거 같다.
밝음속에 들어가서 어둠속을 나오니 마음마져 가뿐하게 정리되는거 같다.
산은 역시 살아갈수 있는 힘을 늘 불어넣어 주는 고마운 존재다.
2007.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