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주왕산 _ 꿈 같은 여행

사비성 미공방 2010. 11. 7. 23:07

 

금요일,

울 사장님 회갑이신지라 호텔뷔페 빌려서 가까운 친구분들이랑 회사직원들 모여서 축하의 자리를 갖게 되었다.

누가 요즘 회갑잔치를 하냐지만, 유명한 L모임 회원분들께서 해라해라하여 작은 규모로 마련한 자리

 

오후 세시에 회사를 파하고 각자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난 우리 현장 식구들

모처럼의 여유로 맘껏 먹고 마시고, 취하고....

한밤중 청계천 나들이까지....

 

두시 넘어 잠이 들었고, 쉬는 토요일인지라 늦잠을 자려했건만, 또 새벽같이 떠지는 눈...

 

뒹굴뒹굴대다가 갑자기 동서울터미널에서 봤던 주왕산행 버스가 생각났다.

가자....

 

 

 

동서울 출발 4시간 30분만에 안동과 청송과 진보를 들러 주왕산 주차장에 내려준다.

 

터져나오는 등산객들...

거꾸로 거슬러 오르자니 멀미가 날 지경이다.

많아도 많아도 그렇게 많을까...

 

산행은 새벽같이 하기로 하고 다음날을 위한 표를 사고

대전사랑 백년암, 입구쪽에서 잠시 놀다가 민박을 구하러 나온다.

 

 

 

허름한 가게에...할머니 한분 계시고, 손님 한분 계시고....

들어가서 민박되냐고 여쭈었더니, 머뭇머뭇거리시면서

방은 있는데, 화장실도 같이 써야하고 욕실도 없고....

 

오늘같은 날은 다른곳에 가도 방 구하기가 쉽지 않을 듯 싶다.

방만 있으면 되겠다 싶어서 머물겠다고 했더니만 보일러를 넣으시겠다고...

 

작은 방 옆에 큰 방을 열어보니 할머님방인거다.

- 할머니, 보일러 넣지말고, 그냥 여기서 같이 자면 안되요?

내 질문에 할머니 반갑게, 그래주면 고맙지~~하신다.

 

할머니 저 밥도 주셔야 해요. ㅎ ㅎ

넉살좋게 난로 곁에 붙어 앉아서 논다.

 

 

 

 

단풍철이면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공원관리원들이 되나부다.

청소며 교통정리며 다들 무척이나 바쁘다.

가겟집 할머니는 84세, 아드님은 환갑 넘으셨고, 손주는 스물아홉이다.

 

일 끝내고 들어온 식구들과 이웃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고기에 소주 한잔씩 곁들이다 보니

한분 두분 모인것이 열명이다. 헉...

 

낯선 이방인 하나로 인해 반상회 하는 기분이라시며 모두들 즐거워하신다.

 

민박집 아저씨가 친구분이랑 다음날 아침에 콩꺾으러 가신다면서 같이 가자고 하신다.

반나절쯤은 걸리지 않을까 싶어서

안된다고, 아침 일찍 산행하고 일찍 올라가야 한다고 했더니만

내게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주시고 싶으셨던 저 사진속 두분....ㅎ ㅎ

 

 

 

콩밭에 가서 짚불을 놓아주시면서 불장난이나 하고 있으라고....

 

그래도 장갑도 끼고 낫도 들었다.

폼은 다 갖추었는데...낫은 그냥 들고만 있고, 손으로 꺾고, 뿌리채 뽑고...난리가 아니다.

 

한 20분이나 되었나....다 끝났다...

에게? 이게 다예요?

 

 

 

이젠 사과를 따자고 하신다.

와우,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 본적이 있었나?

분명 있긴 했었을텐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자그마치 주왕산 사과인거다.

 

 

시원한 무우국을 끓여주시길래 뚝딱 한그릇 게눈 감추듯 먹어버리고  

산으로 향한다.

 

새벽 네시부터 도착한 산악회 관광버스들이 어느새 온 주차장을 다 덮었다.

꽉 차서 밀려올라가는 사람들....

 

 

 

주봉 쪽은 두번 가 봤으니, 처음인 장군봉으로 향한다.

길이 좀 험하다고는 했지만, 설마 못 갈려고...

 

주왕의 군사들이 훈련을 하고

주왕의 딸 백련공주가 성불했다는 연화굴

 

 

 

권력이란게 없으면 못볼 꼴 당하기 십상일테고

적당히 있으면 치사해지고 비굴해지고

좀 더 있으면 사악해지고

최고권자가 되면 외로워질테고...

 

권력이란 것은 근처에도 두지말고 평안히 살고싶은거다.

 

 

 

임하댐이 생기면서 아침마다 안개밭인데, 그래도 해뜨면 사라진다더니

해가 한참인데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 예쁜 단풍들

공기맛이 참 좋다.

 

 

제3폭포 위쪽으로 향하니 갑자기 한산해진다.

 

구름다리 건너서 금은광이방향으로 가야 장군봉으로 갈 수 있다.

 

여기서부터 사람이 뜸하다. 신난다.

 

이젠 완전 혼자다. 앞뒤로 아무도 없다.

 

이 고요의 아침.....향기로운 숲......아름다운 단풍........싱그러운 햇살......

 

장군봉이 가까워지자 거꾸로 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고 지나치며 서로 인사를 한다.

 

아~ 또 한번 느끼는 주왕산의 가을...

 

장군봉쪽에서 본 기암

 

어디까지 왔냐는 민박집 전화....

빨리 오라고...백숙 해 놓으셨다고...

 

아저씨는 올라오는 길에 아침에 딴 사과를 박스에 넣어서 선물로 주신다.

감사하고 너무나 멋진 여행이지 않은가....

 

.

.

.

 

 

그런데

농활갔던 청년, 동네처녀 맘 설레게 해놓고 떠난것처럼

얼굴 하나 가득 설레어 하시던 아저씨의 모습이 웬쥐이 자꾸만 걸리는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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