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아버지 83번째 생신이시다.
오후 다섯시쯤이 되어서야 시골집에 도착....
하루 종일 기다림에 목이 길어지셨을 부모님....
지루하셨으리라 생각되어 드라이브나 한바퀴 하자고 했더니만,
가시고 싶었던 곳이 있었노라며 선뜻 일어서신다.
새로 생긴 길인데, 아직 한바퀴 돌아보질 못하셨다면서...거길 한번 가보자 하신다.
마침 일몰 전인지라,
다른 차 다 보내면서 느릿느릿 바닷가 길을 따라 천천히 추억여행을 한다.
곳곳에서 잠깐잠깐 내려 옛이야기를 들으면서....이런곳에서 우리가 살기도 했었구나....싶으다.
어린 기억이라, 그리고 너무 바뀐 세월에 도무지 어디가 어디인지 난 모르겠는데,
그나마 좀 컸다고, 언니는 제법 많은 곳을 기억해낸다.
두분이 기억을 끌어내어 젊은 시절에 젖으신다.
삼십대에 사십대에 사셨을 그곳들을....아랫집 살던 누구누구, 옆집살던 누구누구...
집은 바뀌고 쥔은 떠났어도
두분에겐 옛골목 그대로 보이시고, 옛 사람들이 그대로 느껴지시나보다.
두분 모두 부축해드려야만 차를 타고 내리실 수 있고,
걸으실때도 팔짱을 끼고, 아주 천천히 걸어야만 하는 체력이 되셨지만....
마음은 청춘.....
갈매못성지.......둘째딸은 아버지와 술한잔으로....
술 못하는 큰 딸내미는 상상도 못할 애교로 연로하신 부모님 기쁘게 해 드리기....
오천산성이다. 어려서 나의 놀이터.....
저기 산성에 가면, 내가 훼손해 놓은 구멍 몇개 있을꺼다. ㅎ ㅎ
그렇게도 높고 길었던 산성이었는데, 어쩜 이리도 작고, 길바닥에 나와 있는지...
내가 너무 커버렸나부다.
아버지가 관할하셨던 지서....
지서, 경찰서, 파출소...이젠 안전치안센터라 부르나보다.
기억이 있는 한, 내겐 늘 경찰이셨던 아버지....
그리 강하시던분도 이제, 딸내미에게 팔을 내밀어 의지하신다.
이곳에 많은 섬지역들까지 책임지셨던 젊은 시절....
서해안 간첩선 포획땐 부하직원들 모두의 공이었지만 책임자로 뉴스에도 나오시고...
학교 운동장에서 반공 교육을 하실땐,
운동장 가득 찼었던 전교생들이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었다,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난 그럴땐 우리 아버지가 아니지 싶었더랬다.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머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반공교육은 ,,,하~ 지금 생각해도 놀랍기만 했었다.
오천항에서 저녁으로 회를 곁들인 쐬주를 한잔씩 하고는 어두어져서야 귀가를 한다.
식구들이 모였다.
추석무렵이 제일 일이 많다는 부산 오빠네는 추석에 오마하고, 참석을 못하고...
캐나다 사는 여동생네도 불참이다.
울엄니 표정을 보니, 한잔 하셔서 기운이 없으신듯....ㅋㅋ
울식구들 모두 술에 엄청 약한편.....그러나 무척 즐기는 편.....
세 며느리는 술 한모금도 못마시는 최고의 대리운전들....
여섯남매이다 보니, 몇명 빠져도 식구가 꽤 많다.
할아버지 생신 축하 노래를 열창하는 우리 강아지들.....
이렇게 아버지의 83번째 생신은 추억여행으로 더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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