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적상산 - 첫눈

사비성 미공방 2006. 11. 8. 10:21

 

 

단풍이 들면 마치 붉은 치마를 두른듯한 형상이라는 적상산.

첫눈이 함박 내려주어 새하얀 백상산이 되었다.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보지는 못했지만 서울에도 첫눈이 왔다고 하고,

밖은 한없이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고 있고

내 몸은 흐느적흐느적 컨디션은 바닥을 기고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진다는 일기예보

 

이런 상태로 자유산행도 아니고 산악회 선수들을 쫓아가자니..

흐미, 자신없는거...

 

곰에게 문자 보냈다.

"꼭 가야돼? 안가믄 안되까?"

 

조퍽 곰 대뜸 전화해서는

춥긴 뭐가 춥냐, 암껏도 안 가져와도 되니 걍 따라왓!

 

잉잉...

 

새벽부터 단단히 끼어입고 출발해서 낯선이들과 한차에 자리를 잡았다.

 

산악회분들은 서로들 잘 아는듯 인사들을 나누시는데

첫자리인지라 눈 마주치는 분들과 살짝 미소인사만...

그래두 옆에 곰이 있으니 맘 든든

 

서울을 벗어나면서 창밖에 믿지 못할 풍경이......

 

 

카메라 꺼내어 손바닥을 창 쓱쓱 문지르고 한장 찰칵...

덜 닦인 곳이 마치 안개같다. ㅎ ㅎ

 

무주에 가까워지면서 산야에 눈은 적어지고 있지만

적상산 바로 옆 덕유산에 눈이 함빡 내렸다 한 방송을 봤던지라

설산산행이 되긴 하겠구나 싶었다.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적상산...

슬슬 긴장이....신발끈 단디 묶어주고

자켓 미리 입어주고

장갑이며 스틱이며 준비하고...

 

요이땅~~하믄 후딱 따라붙어야지

 

생각과는 달리 차에서 내리니 풍경이 확 들어오는데

다른 산님들 준비하고 떠나는거 안 보인다...으윽, 고질병...

찰칵찰칵 해야지잉~~

 

 

우리가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 치목마을 입구이다.

 

파아란 하늘에 둥실둥실 구름과

먼산에 쌓인 눈과 인삼밭에 하얗게 쌓인 눈,

잘 나오지 않았지만 요 앞에 감나무에 빠알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사진을 한장만 찍어도 앞서가던 분들이 십리는 달아나 버린다.

에구, 아무도 사진을 안 찍으시나부다

어르신들 걸음들은 또 얼마나 빠른지...

 

한장 찍음, 한참을 허둥지둥 쫓아가야 하니

거북이 아니 느림보 달팽이 살려~~~~

 

숨은 턱에 차는데, 몸도 안 풀렸는데

맨 막내인데....휴~~~~미티...

 

 

 

죽을거 같이 숨이 턱에 찼을즈음

잠시 뒤돌아 볼수 있는 전망 좋은곳이 나왔다.

 

저 안개에 쌓인곳이 무주스키장을 안고 있는 덕유산이다.

오른쪽 꼭대기에 하얗게 보이는 길이 스키슬로프란다.

 

 

 

 

오르면서 보이는 절벽의 눈꽃들

 

발아래 푹신푹신 나뭇잎이 깔리어 있는데다가 눈도 쌓이고 한쪽이 절벽이건만

입에선 저절로 탄성들이 쏟아지고....

 

 

 

 

  

겨울을 뒤집어 쓰고 있는 가을

 

 

 

 

 

 

마치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느낌이다.

 

송대를 거쳐 적성호를 향해 오른다.

 

호명산처럼 적성산에도 산꼭대기에 호수가 만들어져 있고

거기까지 차로 올라갈수 있게 되어 있었다.

 

 

우리는 두발로~~~

 

 

 

적성호 주차장을 돌아 오르니 일주문을 거쳐 안국사가 나온다.

눈에 쌓인 안국사, 우리를 맞이하여 고요함에서 화들짝 놀랐을것이다.

 

커피한잔 하면 죽여준다는 안국사였는데

프림커피만 가능하다는 자판기에 붙어있는 종이쪽지...

달콤한 커피를 하고픈데...

 

절마당에 나무들에도 눈꽃이 활짝 피어있고...

 

 

 

절을 뒤로 하고 다시 오르는 정상길...

 

 

눈이 제법 많이 쌓인 나무 계단이 정겹다.

 

 

 

안렴대에 올라 보는 풍경이 그만이라더니만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더구나 겨울나라에서 바라보는 가을나라는 더더욱...

 

 

 

 

 

 

안렴대에서 다시 돌아 나와 향로봉을 향해서...

 

산이 넉넉하니, 마주치는 산님들 서로서로 너무나 반가이 인사를 한다.

"너무 좋습니다..."  "오늘 자알 오셨습니다.."

 

 

갈림길에서 0.5키로를 가면 향로봉인데,

거기에서 다시 돌아나와서 하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정상능선이라서 그런지 바람이 제법 매섭다.

 

 

 

산을 내려오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산성의 모습

주름잡힌 치마자락 같댔나?

바위가 어찌 저리 형성되었는지...

 

 

 

서창매표소에서 바라본 적상산

 

이쪽으로 산행시작을 잡으시는분들이 더 많은것 같다.

입장료 1,600원...

 

단 화장실이 아직 준비되어 있질 않아서

(간이 화장실 남녀한칸씩만 있다) 불편했다.

 

우린 내려오면서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발길을 옮길수가 없다.

 

산이 젖어 있어 점심도 거르고, 쉬지도 않고 내쳐 달린 산행길...

하산해서야 겨우 점심을 먹을수 있었다.

그래두 저 아름다운 가을과 겨울을 마주하고 식사를 하니

천상이 따로 없다.

 

 

 

 

 

 

 

"아~~행복해, 너무 좋다..."

"안가믄 안되냐믄서?"

"에이잉~~왜그래잉~~"

"안데리고 나만 왔어야 하는건데..."

"그럼 니 사진 보고 2박3일 배아파서 나 뒹굴었지이~~"

"키키키"

 

 

 

2006. 11. 7

 

'산, 산,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은산 - 제천  (0) 2006.11.16
금수산 - 제천  (0) 2006.11.15
금성산 그리고 비봉산  (0) 2006.11.08
주왕산  (0) 2006.11.03
주산지  (0) 200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