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그야말로 담뿍 익었다.
진동리 삼거리에서 단목령을 향해 올라가려 했는데
시작 산길을 잘못 들어섰다.
길이 있는듯도 하고 없는듯도 한 길들.....
잘못 들었기에
남들이 가지않고, 보지 못한 길들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곳을 한시간가량 헤메었나부다.
발밑 바삭바삭 밟히는 노랗고 빠알간 낙엽들과
끝도 없이 펼쳐진 산죽이 얼마나 아름다운 조화이던지...
발끝으로 툭툭 치면서 파묻히는 낙엽에 누워라도 보고 싶건만
길을 찾으려는 친구는 맘이 바빠 풍경을 즐기지 못한다.
내가 너무 태평 했나?
주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지금 당장 내려가도 미련도 없겠다..쿠쿠
풍경에 취해 친구를 안 따라가고 엉뚱한데 길을 들어서서 외딴계곡으로 들어섰다.
흐미야,
붙잡을 것이라곤 작은 산죽뿐인 경사 엄청난 언덕이 앞을 가로막는다.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 친구는 언덕위에서 얼른 오라고 소리치고
바위가 험난하게 흘러내린 곳으로 오를수도 없고
되돌아 가자니 그러기도 만만치 않거니와 되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푹푹빠지는 낙엽을 겨우겨우 헤치며,
작은 산죽 도움받아 그 언덕을 올라가는데
일주일동안 앓았던 나의 체력이 완죠니 바닥났다.
정상적인 등산로를 찾았는데, 그 평탄한 길이라니..
역시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나야만 좋은 환경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게되지...
언제 다리가 풀렸냐는 듯, 힘찬 발걸음이 되어 버렸다.
룰루랄라 백두대간길...
정상을 향해 돌진~!!!
설악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른다.
저 젤 높은곳이 설악의 대청봉이다.
설악을 옆구리에 끼고 산을 오르는 기분이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다.
설악의 대청봉과 귀때기청봉과 가리봉을 바라보면서
점봉산을 한바퀴 휘 돌아 오른다.
정상을 향해서...
내내 바라 보면서 오른 설악이건만
몇년전 온통 단풍이 불타던 설악이 생각나 감개무량하게 바라다 본다.
곰 친구가 정성껏 싸온 계란말이밥을 먹고..
기운차려 오른 정상이다.
(다음엔 내게 준비해오라는데, 솔직히 자신 음따..걍 김밥묵자,
요리 못하는 친구만나 고생많다..키키)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사람 구경을 못했다.
비 일기예보가 있어서였나, 평일이어서였나
이처럼 조용한 산이 있을수가 있나...
산 중반 정도부터는 이미 겨울이 오고 있다.
낙엽은 다 떨어지고 제법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기도 했다.
큰산에서 느끼는 세월이란...
그러한 흔적들을 곳곳에서 느끼면서 하산한다.
좁다란길, 양 옆으로 얕은 나무 때문에 배낭이 걸리고
옷이 걸리고...
아니 산이 우리를 자꾸만 잡는다.
천천히 가라고...뒤돌아 보면서 가라고...
작은 점봉을 거쳐서 곰배령이다.
나 아픈 동안 친구 혼자서 산행을 좀 하더니
몰라보게 걸음이 빨라졌다.
거북이란 표현도 모자라서 난 달팽이 수준인데
따라가기가 버겁다.
그래두 욜씨미 쫓아가 본다.
나두 좀 발전이 있어야지....싶어서...
중턱쯤 내려오니 겨울에서 다시 가을이 시작된다.
삭막함에서 화려함으로...
또 눈이 동그래진다.
강선마을이란다.
강선이계곡이 아름답다 하더니 이삼일 묵었음 좋겠다.
그래도 강선마을에서 우리 시작점 삼거리까지는 2키로 거리라 하니
머물고 싶은 맘 달래고
지친 다리 이끌어 또 열심히 걸어본다.
그 2키로는 2키로가 훨 더 되게 느껴진다. 지쳤었나부다.
주위 풍경이 그만큼 아름답지 않았음 으앙~ 울었을지도...^^*
가을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니 마치 꿈을 꾸고 일어난듯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건만..
인제지역의 곳곳에 아직 복구되지 않은 지난 장마 폭우 피해 현장들이
두발을 잘 디뎌야 하는 현실로 다시 돌아오게 한다.
멋진 가을산행이었다.
2006.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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